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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고딕지구, 몬주익 언덕

by 평유J 2022. 9. 5.

몬주익 언덕, 몬주익 성

바르셀로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몬주익 언덕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황영조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여 이 몬주익 언덕을 달렸다고 합니다. 갈 때는 에스파냐 광장에서 몬주익 언덕까지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고 올 때는 천천히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2월이었는데도 햇살이 따갑고 더웠다고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위쪽으로 올라가 보면 예전에 군사요새로 지어졌다가 스페인 내전 당시 감옥으로 사용되었다는 몬주익 성이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내부를 들어가다 말고 나와 항구가 보이는 전망을 바라봅니다. 몬주익 언덕을 걸어내려 가면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멀리까지 다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른 건물들이 수채화 그림처럼 자작자작하게 보일 때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가 우뚝 서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남산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느낌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몬주익 언덕에 올라와 기분전환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카탈루냐 미술관이 궁전처럼 지어져 있는 곳까지 슬슬 사진도 찍으면서 걸어 내려갔습니다. 걸어내려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간중간에 예쁘게 꾸며진 정원도 보이고 자그마한 분수대도 보입니다. 무슨 공원이라 하는데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여행이지만 일상의 한 부분처럼 산책을 한 경험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카탈루냐 미술관, 에스파냐 광장

여행 전에 공부를 많이 안 하고 온 상황이라 궁전처럼 생긴 이 건물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가족 단위로 많이 놀러 와 있고 음식을 파는 매대도 많았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미술관 관람도 해보는 건데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쉬엄쉬엄 내려오다 보니 한 시간 넘게 걸렸고 모두 지쳐서 한참을 앉아 쉬었습니다. 높다란 계단 아래로 몬주익 분수가 있습니다. 동절기라 분수쇼는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보면 엄청난 계단을 올라와야 궁전 같은 카탈루냐 미술관을 갈 수 있습니다. 위에서 광장 쪽 시내를 내려다보니 이 또한 너무 멋있습니다. 광장에서 길 건너편에 주황빛 둥근 돔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특이해서 찾아보니 지금은 쇼핑몰이지만 예전에 투우장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고딕지구, 보른지구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구도심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시가지는 사실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를 바 없는 건물들과 거리이므로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딕 지구에 뭐가 있고 보른 지구에 뭐가 있다는 정보를 알고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대도시에서 어디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쇼핑몰 뒤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보이고 여기가 고딕지구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가우디 투어를 다음날 신청해두었는데 저녁에 고딕 지구를 같이 둘러보며 역사적 배경 설명을 해준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설 연휴인지 25명가량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어폰을 나누어 받았지만 성능이 떨어져서 설명이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다 둘러보고 자료를 다시 찾아보며 실제 본 건물들이나 장소에 대한 느낌을 되살려 보았습니다. 다니다 보면 자그마한 광장이 많고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 재미났습니다. 왕의 광장은 실제로 보면 너무 작고 건물도 초라해서 왕이 정말 살았을까 싶은 곳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다녀오고 후원자였던 이사벨 여황을 뵌 곳이라고 하는 계단이 있습니다.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 광장에 이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에 스페인 광장을 갈 예정이었지만 이 정보는 까맣게 잊고 있었답니다. 다른 그림은 열심히 찍어왔는데 왜 생각이 안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골목골목을 돌아 산 자우메 광장이라는 곳으로 나옵니다. 우리가 간 날 시위가 있는 날이었나 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시청이 있고 카탈루냐 주청사도 있는 작은 광장입니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문구가 걸려 있고 카탈루냐 주 깃발도  있습니다. 우리가 간 날은 감옥에 갇혀있는 카탈루냐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카탈루냐 언어가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고 둘러보고만 지나왔습니다. 산타 아우렐리아는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녀라고 합니다. 13살밖에 안된 어린 소녀가 둥근 통에 넣어진 채 굴려졌다는 좁은 골목길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서기 300년 경에 언덕에서 통에 넣어져 굴려졌다는 곳인데 지금은 약간 비스듬한 경사진 골목입니다. 어두컴컴해진 시각이라 어린 소녀의 순교했다는 장소에 서니 더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이후에 더 맘이 아프고 저렸던 곳은 산 펠립네리 광장입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에 폭탄이 떨어져서 아이들을 포함해 42명이 안타깝게 사망한 곳입니다. 이곳에는 산 펠립네리 성당과 학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건축가인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일을 마치고 이 성당에 오는 길에 전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성당과 학교 외벽에 포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광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겠구나 생각해봅니다. 가운데는 작은 팔각 분수가 있고 성당 반대편 쪽으로는 식당이 테이블을 놓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참혹함을 그대로 기억하며 일상생활을 담담하게 이어가는 그들을 보며 여러 갈래 생각이 뻗어 나갑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완전히 지고 성당에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성녀 에우렐리아의 유골이 지하에 안치되어 있고 성녀를 기억하기 위해 생전에 거위 13마리를 키웠던 걸 따라 지금도 뒤쪽 연못에서 키우면서 있다고 합니다. 길을 하나 건너면 보른 지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보른지구를 상중하로 나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아는 카탈루냐 음악당은 보른 상 지구에 있습니다.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메네크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합니다.  주변에는 예쁜 카페가 많고 기념품샵도 넘칩니다. 끝으로 들른 레이알 광장은 중앙에 예쁜 분수가 있고 커다란 야자수 나무가  군데 군데 서있는데 밤이어서인지 축제 분위기 같은 조명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넓고 반듯한 광장입니다. 가우디가 젊은 시절에 당선되었다는 가로등이 2개가 나란히 있는데  등이 2개 밖에 없었을 시절에

4개 짜리 등을 디자인한 덕에 뽑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미처 생각해내지 못하는 특별함을 가우디는 항상 해내는 겁니다. 고딕지구와 보른 지구를 다니면서 많은 집들이 카탈루냐 주기를 창밖으로 걸어놓은 걸 보았는데 시민들 마음속에 카탈루냐가 많이 살아 있구나라는 걸 느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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